글
누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가?
기자실 문제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하다가 미디어오늘에서 재미있는 글을 하나 보았습니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미디어오늘에 송고한 기사입니다.
제가 이 글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낀 것은, 이 글의 논지전개 방식이 제가 추구하는 글쓰기와 많이 닮아있어서입니다. 물론 이분이야 홍보수석을 지내기도 한 분이시다 보니 일개 키보드 워리어일 뿐인 저보다야 글솜씨가 훨씬 뛰어나시고, 그래서 훨씬 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셨습니다만, 이 글에서 보인 논지전개 방식인 '상대방의 논리로 상대방을 쓰러뜨린다'는 게 제가 좋아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방식이라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이 기사를 요약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하 존칭은 생략합니다.
1. 노무현 대통령은 '국경없는 기자회'의 자료를 인용하여 우리 언론자유도가 31위, 기자실이 존재하는 미국과 일본의 언론자유도가 각각 53위/51위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국경없는 기자회'의 자료는 기자실 유무가 평가기준에 크게 반영되지 않아서 신뢰도가 떨어지고, '프리덤하우스'의 자료를 인용하면 미국이 16위, 일본이 39위, 한국이 66위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조 전 수석의 견해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2. '국경없는 기자회' 자료에서 기자실 유무가 언론자유도 평가기준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일본에 대한 보고서의 상당 부분에서 폐쇄적인 '기자클럽'이 독립 언론인이나 외국 언론인에게 배타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해당 언론들의 왜곡을 지적하고 있을 뿐 조 전 수석의 견해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3. '국경없는 기자회'의 평가지표 중 상당 부분은 언론인에 대한 살해, 체포, 위협, 공격 등에 대한 여부를 측정하며, 그 다음으로 많은 항목은 공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다. 일본의 폐쇄적 기자실은 공적 정보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되었다. 그 다음은 권위적 정부에 대한 미디어의 독점 혹은 검열 등의 여부로 우리나라는 거의 해당사항이 없다.
4. 그 다음 요소로 지목되는 기자직업의 폐쇄성, 미디어에 대한 지분 지배구조가 집중되어 편집권이 위협받는가 등으로, 이러한 요소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점은 전적으로 언론사와 언론인의 책임인데 언론사는 그 점은 철저히 외면한 채 비보도로 일관했다.
그리고 일부 정치인은 언론 보도만 듣고 사실확인은 전혀 하지도 않은 채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나.
연속으로 언론사의 왜곡 사례와 정치인의 부화뇌동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도 조 전 수석의 견해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아니, 있기는 좀 있다. "정부의 미디어 독점이나 검열은 우리나라는 거의 해당사항이 없다' 는 부분. 하지만 옳은 견해 아닌가?
5. '프리덤 하우스'의 언론자유도 지표는 법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이라는 세 영역에서 모두 23개의 질문으로 구성된다. '프리덤 하우스'는 무제한의 언론자유를 이상으로 하고 있는 미국의 자유방임적(libertarian)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약도 아니고 그냥 기사를 통째로 잘라왔다. 별로 문제될 부분 없다.
6. 두 단체의 평가는 평가의 비중에서 차이를 보일 뿐, 평가의 지표에서는 공통적인 부분이 더 많다. 첫째는 두 단체 모두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가장 위협하는 요인으로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의 존재와 친북 인터넷 사이트의 접속금지를 지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 오늘의 기사 하이라이트 나왔다. 두 단체의 평가 지표에서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가장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국가보안법과 친북 인터넷 사이트 통제이다 라는 것인데.. 다음 항목으로 가 볼까.
7. 특히 '프리덤하우스'는 이에 대한 배점이 압도적으로 높다.
'프리덤하우스'에서 이에 대한 배점을 압도적으로 높였기 때문에 '국경없는 기자회' 자료보다 대한민국 언론 자유도를 더 낮다고 평가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이거야말로 오히려 기자실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8. 둘째로 정부에 의한 검열, 압력, 위협 등을 지적하고 있다.
세째, 언론사의 소유가 집중돼 있는지, 얼마나 소유지배구조가 투명한지, 객관적이고 균형된 정보가 제공되는지, 언론인이 금품제공을 받는지 등 언론사와 언론인의 도덕성과 관련된 평가항목이 매우 중요하다.
평가항목을 다시 설명하고 있는데, 이 요소들은 앞의 이야기와 이어서 생각하면 두 단체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항목이란 것을 알 수 있다.
9. ('국경없는 기자회'와 '프리덤하우스'의 평가자료를 종합해서 결론을 내린다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첫 번째 요인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결사반대하는 정치집단이고, 두 번째 요인은 왜곡된 지배구조를 통해 편집권을 지배하고 기자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언론사주이다.
결국 언론사의 누워서 침 뱉기에 다름 아니다. 이런 내막은 싹 감춘 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수치만 살짝 드러내서 '실제로는 정 반대의 의미로 이야기하고 있는 지표를' 왜곡해서 자신들의 논조를 뒷받침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여기까지의 논지 전개 과정에서 조 전 수석은 자신의 견해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상대방이 제시한 지표와 그 지표가 가리키는 사실만을 종합해서 이러한 결론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내공이 참으로 대단하다.
=> 내멋대로 결론.
이 정도 왜곡질을 해대도 법적인 제재가 없는 걸 보니 언론자유가 지나칠 정도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 혼자일까.
기자실 문제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하다가 미디어오늘에서 재미있는 글을 하나 보았습니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미디어오늘에 송고한 기사입니다.
제가 이 글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낀 것은, 이 글의 논지전개 방식이 제가 추구하는 글쓰기와 많이 닮아있어서입니다. 물론 이분이야 홍보수석을 지내기도 한 분이시다 보니 일개 키보드 워리어일 뿐인 저보다야 글솜씨가 훨씬 뛰어나시고, 그래서 훨씬 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셨습니다만, 이 글에서 보인 논지전개 방식인 '상대방의 논리로 상대방을 쓰러뜨린다'는 게 제가 좋아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방식이라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이 기사를 요약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하 존칭은 생략합니다.
1. 노무현 대통령은 '국경없는 기자회'의 자료를 인용하여 우리 언론자유도가 31위, 기자실이 존재하는 미국과 일본의 언론자유도가 각각 53위/51위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국경없는 기자회'의 자료는 기자실 유무가 평가기준에 크게 반영되지 않아서 신뢰도가 떨어지고, '프리덤하우스'의 자료를 인용하면 미국이 16위, 일본이 39위, 한국이 66위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조 전 수석의 견해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2. '국경없는 기자회' 자료에서 기자실 유무가 언론자유도 평가기준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일본에 대한 보고서의 상당 부분에서 폐쇄적인 '기자클럽'이 독립 언론인이나 외국 언론인에게 배타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해당 언론들의 왜곡을 지적하고 있을 뿐 조 전 수석의 견해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3. '국경없는 기자회'의 평가지표 중 상당 부분은 언론인에 대한 살해, 체포, 위협, 공격 등에 대한 여부를 측정하며, 그 다음으로 많은 항목은 공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다. 일본의 폐쇄적 기자실은 공적 정보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되었다. 그 다음은 권위적 정부에 대한 미디어의 독점 혹은 검열 등의 여부로 우리나라는 거의 해당사항이 없다.
4. 그 다음 요소로 지목되는 기자직업의 폐쇄성, 미디어에 대한 지분 지배구조가 집중되어 편집권이 위협받는가 등으로, 이러한 요소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점은 전적으로 언론사와 언론인의 책임인데 언론사는 그 점은 철저히 외면한 채 비보도로 일관했다.
그리고 일부 정치인은 언론 보도만 듣고 사실확인은 전혀 하지도 않은 채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나.
연속으로 언론사의 왜곡 사례와 정치인의 부화뇌동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도 조 전 수석의 견해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아니, 있기는 좀 있다. "정부의 미디어 독점이나 검열은 우리나라는 거의 해당사항이 없다' 는 부분. 하지만 옳은 견해 아닌가?
5. '프리덤 하우스'의 언론자유도 지표는 법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이라는 세 영역에서 모두 23개의 질문으로 구성된다. '프리덤 하우스'는 무제한의 언론자유를 이상으로 하고 있는 미국의 자유방임적(libertarian)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약도 아니고 그냥 기사를 통째로 잘라왔다. 별로 문제될 부분 없다.
6. 두 단체의 평가는 평가의 비중에서 차이를 보일 뿐, 평가의 지표에서는 공통적인 부분이 더 많다. 첫째는 두 단체 모두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가장 위협하는 요인으로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의 존재와 친북 인터넷 사이트의 접속금지를 지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 오늘의 기사 하이라이트 나왔다. 두 단체의 평가 지표에서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가장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국가보안법과 친북 인터넷 사이트 통제이다 라는 것인데.. 다음 항목으로 가 볼까.
7. 특히 '프리덤하우스'는 이에 대한 배점이 압도적으로 높다.
'프리덤하우스'에서 이에 대한 배점을 압도적으로 높였기 때문에 '국경없는 기자회' 자료보다 대한민국 언론 자유도를 더 낮다고 평가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이거야말로 오히려 기자실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8. 둘째로 정부에 의한 검열, 압력, 위협 등을 지적하고 있다.
세째, 언론사의 소유가 집중돼 있는지, 얼마나 소유지배구조가 투명한지, 객관적이고 균형된 정보가 제공되는지, 언론인이 금품제공을 받는지 등 언론사와 언론인의 도덕성과 관련된 평가항목이 매우 중요하다.
평가항목을 다시 설명하고 있는데, 이 요소들은 앞의 이야기와 이어서 생각하면 두 단체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항목이란 것을 알 수 있다.
9. ('국경없는 기자회'와 '프리덤하우스'의 평가자료를 종합해서 결론을 내린다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첫 번째 요인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결사반대하는 정치집단이고, 두 번째 요인은 왜곡된 지배구조를 통해 편집권을 지배하고 기자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언론사주이다.
결국 언론사의 누워서 침 뱉기에 다름 아니다. 이런 내막은 싹 감춘 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수치만 살짝 드러내서 '실제로는 정 반대의 의미로 이야기하고 있는 지표를' 왜곡해서 자신들의 논조를 뒷받침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여기까지의 논지 전개 과정에서 조 전 수석은 자신의 견해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상대방이 제시한 지표와 그 지표가 가리키는 사실만을 종합해서 이러한 결론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내공이 참으로 대단하다.
=> 내멋대로 결론.
이 정도 왜곡질을 해대도 법적인 제재가 없는 걸 보니 언론자유가 지나칠 정도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 혼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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