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백을 쏘기는 했으나 트랙백에 걸린 내용과 이 글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고, 이 글에서는 저 금언의 배경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
욥기 8장 7절.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무지 좋은 뜻처럼 보인다. 아니, 저 말 한 마디만 떼어놓고 보자면 매우 좋은 뜻 맞다.
그런데...
욥기의 내용을 아는가?
무지무지 옛날, 성경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아브라함 시대보다도 이전에 욥이라는 의인이 살았다.
이 사람이 어느 정도 의인이었냐면, 공자 식으로 말하자면 종심소욕불유구를 완벽히 실천한 사람이었다. 무지무지 복을 많이 받아서 재산도 많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사는 가장이다.
"우스 땅에 욥이라 이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더라 / 그 소생은 남자가 일곱이요 여자가 셋이며 / 그 소유물은 양이 칠천이요 약대(낙타)가 삼천이요 소가 오백 겨리(천 마리)요 암나귀가 오백이며 종도 많이 있었으니 이 사람은 동방 사람 중에 가장 큰 자라"
자 그런데... 이 남자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는다. (정황은 생략하자)
어느 날 종 한 사람이 욥에게 달려와서 '강도가 와서 소와 나귀를 다 죽였습니다' 라고 말하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한 사람이 와서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서 양과 종들을 다 태웠습니다' 라고 말하고, 또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한 사람이 와서 '강도가 세 떼를 지어 몰려와서 낙타와 종들을 다 죽였습니다' 라고 말하고, 또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한 사람이 와서 '주인님의 자녀들이 모두 그 맏형의 집에 모여 잔치하던 중에 태풍이 와서 집이 무너져 다 죽었습니다' 라고 말한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욥은 '하루아침에 열 자녀가 다 죽고 전재산이 천재지변으로 날아가버렸다.'
그런데 욥의 반응은...
"이 모든 일에 욥이 범죄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어리석게 원망하지 아니하니라" -_-a
그런데 불행이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악성 피부병이 "그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발생한 것.
"때에 욥의 친구 세 사람이 그에게 이 모든 재앙이 임하였다 함을 듣고 각각 자기 처소에서부터 이르렀으니"
그 때 친구 셋이 문안 차 욥을 찾아오는데, 편의상 친구 A/B/C 라고 하자. (각각 본명이 언급되어 있지만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까 -_-a)
그 후에 욥이 자기 신세를 한탄하기 시작한다.
"그 후에 욥이 입을 열어 자기의 생일을 저주하였더라. (중략) 어찌하여 내가 태에서 죽어 나오지 아니하였었던가 어찌하여 내 어미가 낳을 때에 내가 숨지지 아니하였던가."
욥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말했듯이 욥은 '종심소욕 불유구'의 화신이다 -_-a 그런데 이런 '날벼락'을 맞았으니 불평불만을 마구 늘어놓을 만도 했을 텐데, 그는 그저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혹은 죽어서 태어났더라면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았으리라는 소극적(?)인 한탄만을 나직하게 늘어놓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친구 A라는 녀석이 친구를 위로는 못할망정
"생각하여 보라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 정직한 자의 끊어짐이 어디 있는가 내가 보건대 악을 밭갈고 독을 뿌리는 자는 그대로 거두나니 다 하나님의 입 기운에 멸망하고 그 콧김에 사라지느니라"
너 뭐냐 -_-a
하지만, 욥은 자기 의에 자신이 있었다.
"하나님이 나의 구하는 것을 얻게 하시며 나의 사모하는 것 주시기를 내가 원하나니 이는 곧 나를 멸하시기를 기뻐하사 그 손을 들어 나를 끊으실 것이라 그러할지라도 내가 오히려 위로를 받고 무정한 고통 가운데에서도 기뻐할 것은 내가 거룩하신 이의 말씀을 거역지 아니하였음이니라"
이렇게 변론하자 친구 B라는 놈이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이 어찌 심판을 굽게 하시겠으며 전능하신 이가 어찌 공의를 굽게 하시겠는가 네 자녀들이 주께 득죄하였으므로 주께서 그들을 그 죄에 붙이셨나니 네가 만일 하나님을 부지런히 구하며 전능하신 이에게 빌고 또 청결하고 정직하면 정녕 너를 돌아보시고 네 의로운 집으로 형통하게 하실 것이라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그렇다. -_- 저 유명한 금언은 '저런 엉뚱한 데서 튀어나오는 비아냥'이었던 것이다 -_-a 딱 까놓고 말하자면 '네 자식놈들을 똑바로 가르치지 않아서 그 꼬라지가 난 거 아니냐'라는 비난이다. 너 정말 욥 친구 맞냐 -_-a
그 이후에 친구 C라는 놈도 또 한술 더떠서 엉뚱한 소리를 하고 욥은 그에 대해 변론하고, 친구 A가 다시 튀어나와서는 '없는 죄도 마구 만들어서 뒤집어씌우고-_-a' 하는 과정이 주욱 기록되어 있다. 결국은 이 변론의 장에 하나님이 직접 개입해서 사건을 정리해버리고 세 친구는 부당한 비난에 대해 욥에게 사과하고 욥의 말년에 그 집에 더 큰 복이 내렸다... 라는 결론으로 욥기는 끝난다.
이 과정 전체를 기록하고 있는 욥기는 4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8장이면 아직 도입부인 셈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비아냥-_-인 저 구절이 오늘날 보편적인 금언이 되어 온갖 어울리지 않는 곳(저 말이 나무에 새겨진 벽걸이가 오늘날 식당마다 걸려 있고 사업체마다 걸려 있으며...)에서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_-a
뭐, 사실 '말 자체는 좋은 말이고, 도구야 사용하기 나름'이긴 하다. 그렇잖은가?
(그래도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야... 그런데 이런 식의 결론은 웬지 카도노식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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