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의 일반원칙

행정법을 배우다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죠. 그 첫번째 원칙인 행정상 신뢰보호의 원칙(혹은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이라고도 합니다)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행정청의 어떠한 언동(명시적/묵시적 언동)의 정당성 또는 존속성에 대한 개인의 보호가치 있는 신뢰를 보호해 주는 법리이다.

그런데, 이 신뢰보호의 원칙은 인용한 그대로 행정청의 어떠한 언동의 정당성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한다고 할 뿐, 개인의 어떠한 언동의 정당성에 대한 행정청의 신뢰를 보호한다고는 선언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보통 행정청은 자신의 우월한 지위로 개인의 언동이 정당한지 자력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런 판례도 있습니다.

(전략) 조세법률주의에서 말하는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은 합법성을 희생해서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중략) 과세관청은 실지조사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그 실질을 조사하여 과세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과세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도 부담하고 있다. (중략) 국세청은 기업이 분식회계로 과다 신고한 세금을 돌려 달라는 것이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세청도 기업의 실질적인 상황을 조사해서 과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중략) 국세청의 신뢰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할 수 없다. (후략)
[대판2005두10170. 2006. 4. 14]


그런데 이 판례를 깨는 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허위계산서에 맞춰 낸 세금..못 돌려받는다` - 중앙일보, 연합뉴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매출을 가공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뒤 실제 거래에 의한 것이라며 부가가치세를 신고ㆍ납부했으므로 이를 진정한 것으로 믿은 과세당국의 신뢰는 합법성을 희생해서라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보통은 행정청의 우월한 지위가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개인언동의 정당성에 대한 행정청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 자체를 무조건 지지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번 판결에 한해서는 개인적으로 매우 환영하는 판결입니다.

다만 최종법원의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원심파기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분식회계를 통해 부당이득(주식시장에서 고평가받는다거나 하는)을 챙기고 나중에 자진신고하여 분식회계분의 세금도 환급받는 나쁜 관행이 철폐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by hislove 2007. 8. 20. 23:55
1. 우선, 이랜드는 惡이라는 대전제에 동의한다.
(매우 나이롱이지만 그래도) 크리스천을 자처하는 내 입장에서 볼 때, 이랜드는 성경적이기는커녕 오히려 반성경적인 기업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른 분들이 더 잘 써 주셨으니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2. 또한 공권력 투입 방법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우선 (민변 추산치로 물경 천여건에 달한다는) 이랜드 사측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부터 수집해서 사측을 먼저 고발하고 형사입건했어야 하는 것이 순리이다.

3. 1/2 에서 자동으로 도출되는 바, 이랜드 사태의 핵으로 떠오른 비정규직 직원들이 절대적인 약자이며, 따라서 그들을 구제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는 정도의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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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개정 비정규직법은, 악덕기업 이랜드처럼 작정하고 악용하려고 들지 않는 이상, 좀 부족한 측면이 있더라도 상당히 진보한 형태의 법안이다. (애초에 비정규직 자체를 없애자는 민주노총의 잡것들 의견은 말할 가치도 없고, 일부 사측에서 제기하는 인건비 부담이 상승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사람을 그 정도 부리면서 그 정도 돈도 안 쓰려고 한다면 비도덕적 이전에 비상식적이라는 대답을 해 주겠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이랜드 사태가 "개정 비정규직법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퍼지는 것이다(실제로 민주노총 집행부에서 의도적으로 이랜드 사측과의 협상을 결렬시킴으로써 이 사건을 확대시켜 이슈화했다는 음모론-어디까지나 카더라통신이지만, 작금의 민주노총 하는 짓거리를 보면 이런 음모론에까지도 귀가 솔깃해지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다-까지 돌아다니는 판이니까).

실제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입안된 취지는, 어느 정도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차별받는 상당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알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보니 헛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고, 천하의 악덕기업 이랜드가 그걸 대놓고 악용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되겠다.

법개념 중 "신뢰보호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법 개정 취지가 널리 알려져 있다면 그 법안이 법 개정 취지에 맞게 준용될 것이라는 신뢰 역시 신뢰보호의 원칙에 의해 보호받을 만한 신뢰라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이랜드의 법 악용은 절대 법 개정 취지에 맞게 준용된 것이 아니고, 따라서 불법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랜드의 법 악용이 합법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면 그것은 법 준용 과정의 문제로 판단해야 한다. (물론 악용될 소지가 있는 조문은 즉시 개정입법을 통해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국회 상태를 고려한다면 그걸 기대하긴 힘들겠지. 에휴. 생각해보면 현재 국회야말로 악의 축이다.)

그런데 작금의 민주노총 등 일부 노동계에서는 이랜드 사태를 이용해서 여론을 법 준용의 문제가 아닌 법 취지 자체의 문제로 몰아가려고 하는 듯 하다. 정말로 이건 아니다. 이랜드 문제는 법과 사회정의에 입각해서 처리한다면 틀림없이 이랜드 문 닫아야 할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랜드라는 보기 드문 악덕기업(이랜드 말고 악덕기업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이랜드만큼 썩은 악덕기업은 정말로 드물다. 정말로.)의 경우를 일반화시켜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건 정말로 위험하다.

하물며 연루된 이익집단이 민주노총이라는, 이전 미선이 효순이 사건에 모인 시민의 공분을 악용해서 자기 잇속 챙기는 데 써먹으려다 쉣더퍼컵된 전력이 있는 '여중생범대위'라는 집단과 동질성을 갖는 그 집단임에야.
by hislove 2007. 7. 2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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