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둘째 주부터 격주로 회사 홈페이지에 엔터테인먼트 관련 컬럼을 투고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까 이런 식의 글을 작성하는 일을 중단한지 매우 오래 되었고, 어떻게 생각하면 포스팅 거리가 늘었다는 생각도 드는지라, 해당 컬럼을 본 블로그에도 게재하고자 한다.
본 블로그에 게재되는 것은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것보다 1~2주 앞선 시점이지만,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될 때엔 좀더 다듬어진 문장, 적절한 참고자료, 그리고 최적화된 레이아웃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스포츠신문 이라는 제호를 달고 발행되는 신문을 무작위로 하나 골라서 읽어보면, 실제로 스포츠 기사보다 연예계 기사가 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부조리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오히려 (아마도 예상일 뿐이지만) 스포츠 신문에 연예면이 없다면 판매량이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이래서야 연예영화신문인지 스포츠신문인지 구별이 안 갈 노릇이다. "효리 얘기는 우리가 다 할 테니까 니들은 스포츠 기사나 써" 라는 비아냥(주:당시 딴지일보는 특집편 "스포찌라시 호리" 를 발행했었다! - 알겠지만 '호리'는 '효리'의 딴지일보식 가명이다. )이 나올 정도로 스포츠신문에 이효리 이슈로 도배가 되었던 적도 있었고, 최근 최진실 씨의 자살 이후 모든 신문이 연예인 자살 이슈를 비중 있게 다루는 와중에 특히 스포츠신문은 연일 최진실 세 글자만으로 먹고 살겠다는 듯 열성적으로 1면을 도배하느라 바빴다.
이 자리에서 황색 저널리즘이나 죽은 자에 대한 예의 같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주:그런 이야기라면 이미 최진실 열풍이 본격적으로 휘몰아치던 때 할 만한 사람들은 모두 했던 이야기이고, 무엇보다도 이 컬럼이 지향하는 바는 "도덕/사회윤리 선생님"이 아니다. ). 그보다는, '연예인 이슈'가 상업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는 사실 자체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1. 왜 스포츠신문은 이효리 이슈로 도배질을 했을까? - 팔리기 때문이다. 2. 왜 스포츠신문은 최진실 이슈로 도배질을 했을까? - 팔리기 때문이다. 3. 왜 스포츠신문은 익명의 연예인 A가 술버릇이 나빠서 취하면 주사를 심하게 하고, 또 익명의 연예인 B는 남성편력이 있어서 어쩌고 하는 뒷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룰까? - 팔리기 때문이다.
자, 그럼 연예인 이슈가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질의 컨텐츠라서?
그것은 아닌 듯 하다. 최소한 '저런 구질구질한 기사'가 무려 양질씩이나 될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재미있으니까' 가 정답에 더 가깝다. 그것도 인간 원초적인 재미를 보장하는 '뒷담화'이다.
보통 뒷담화의 대상은 '서로가 잘 아는 사람'으로 한정된다. A가 B에게 C의 뒷담화를 할 때, B가 C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면 재미가 없다. A와 B가 서로 경쟁적으로 C를 씹으며 고소해 하는 맛이 뒷담화의 맛이니까.
그런 점에서 연예인은 뒷담화 대상으로서 최상이다. 연속극 드라마의 연기자가 됐든, 쇼 프로그램의 고정패널이 됐든 간에, TV에 자신의 얼굴을 매일 내보내는 인기 연예인의 경우 모든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그 이미지가 연예인 자신의 것이 아닌,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주:전원일기를 통해 인자한 어머니상을 구축한 탤런트 김혜자씨의 경우, 실제로 가사 일에는 매우 서투르다고 한다. 나름 만들어진 이미지를 분리해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필자조차 김혜자씨가 헤비스모커라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임을 머리로는 알지만, 그런 것을 일일히 따져서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이런 특징 때문에, 공인에 가까운 특성을 보이던 연예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생활에 밀착해 있는 누군가로 치환된다. 옆집 누구처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뿐더러, 해당 연예인의 귀에 들어갈 걱정(주:내가 이웃의 누군가에 대한 안 좋은 뒷담화를 했다는 사실이 그 이웃 사람의 귀에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면, 이런 걱정이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메리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을 할 필요조차 없다. 이렇다 보니 연예인 뒷담화는 참 부담이 없다. 거기다 소위 '떡밥'이라 불리는 뒷담화 거리는 스포츠신문에서 무한정 제공한다. 사람들은 스포츠신문을 보고 편리하게 특정 연예인의 뒷담화를 하고, 그 내용(?)은 또 재가공되어 신문에 연재되는 것의 무한반복이다. 심지어 연예인에게는 다른 종류의 공인(정치인, 스포츠 스타)들이 갖는 일종의 성역(주:정치인은 말할 필요도 없고, 스포츠 스타들은 수시로 국위선양을 한다는 일종의 보호막이 있어 정치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뒷담화에는 어느 정도 한계점이 있는 데 반해, 연예인들에게는 그조차도 없다. )조차 없다.
그래서 연예인은 자신을 다수 대중의 뒷담화거리로 기꺼이 제공할 수 있어야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스포츠신문이 따로 악의가 있어서 떡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그러하는 것, 그리고 다수 대중이 딱히 악의가 있어서 뒷담화를 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에 뒷담화를 하는 것 뿐이다. 재미삼아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지만, 돌 던지는 사람이 아닌 개구리가 되는 것을 선택한 것이 연예인 자신임을 기억해야 한다(주:물론 돌 던지는 사람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다. 뒷담화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뒷담화 없는 세상이 과연 성립 가능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없어지는 게 불가능하다면 적응하는 방법밖에 없다. ). 최소한, 각오는 해 두라는 이야기이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하지만 연예인은 공인에 준하는 대중 노출도를 가지고, 일반적 공인을 가볍게 넘어서는 수준의 대중적 관심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발상의 전환을 해 보자. 인기가 없으면 안티도 없다. 연예인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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