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성경의 유머감각이 살아있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오늘 예수는 이상했다. 마치 어딘가로 가 버릴 것만 같았다.
"어디로 가십니까, 주여."
"당신이 지금은 제가 가는 곳에 갈 수 없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따라오겠지요."
...역시. 하지만 어째서? 그럴 순 없어! 나도 따라갈 거야!
"왜 지금은 안 된다는 겁니까?! 내가 당신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버리겠습니다!"
"정말 저를 위해서 당신의 목숨을 버리겠습니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뭐?!
"당신은 닭 울기 전에 세 번씩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입니다. 분명히 그렇게 할 것입니다."
순간 머리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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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끌려간다. 이제 끝이다. 희망 따위 없어. 그들은 예수를 죽이고 말거야. 돌로 쳐서 죽일거야. 그리고 다시 아무 희망 없이 고기 잡는 날이 계속되겠지.
어쩐지 몸이 떨렸다. 이상하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예수와 함께했던 지난 3년간이 꿈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예수는 없다.
"따라가야 돼요. 당신도 얼른 따라와요!"
누군가 내 손을 붙들고 잡아당기는 게 느껴졌다. 하릴없이 질질 끌려갔다. 될 대로 되라지.
"들어가 봐야겠어요. 당신은 여기서 기다리세요."
응? 여기는? 잠깐?! 여긴 가야바(*) 놈 집이잖아! 여기는 어째서?
"당신도 예수의 제자 중 한 사람이잖아?"
뭐? 예수? 그딴 사람 난 몰라!
"난 아니요."
오한이 느껴진다. 고개를 들어보니 저만치에서 사람들이 숯불을 피워 두었다. 나 한 사람쯤 끼어들 틈은 있겠지.
"당신도 예수의 제자잖아?"
귀찮게 하지 마! 춥단 말야. 그냥 불이나 쬐게 해 달라고...
"아니라니까."
"아까 당신이 칼을 들고 예수와 함께 있었잖아! 왜 아니라고 해!"
"아니 정말 아니라니까 왜 그래!"
"꼬끼오~~~~~~"
벌써 닭 우는 시간인가. 닭 울음소리와 함께 정적이 찾아왔다. 닭 우는 소리... 닭이 울기 전에...
~~~ "당신은 닭 울기 전에 세 번씩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입니다. 분명히 그렇게 할 것입니다." ~~~
뭐라고?
내가... 정말... 그랬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비틀거리며 추적추적 외딴 곳으로 걸어갔다.
아까는 흐르지 않던 눈물이 이제서야 터져나온다.
목숨까지 버린다고? 그 잠깐 새에 세 번씩이나 나몰라라 한 나 같은 놈이?
이젠... 돌아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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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신기하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쿵쾅거리지만, 분명히 요한이 예수는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의 어머니 마리아를 요한이 모시고 있다고 했는데... 예수는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 살아 있었다. 도마는 만져 봐야 믿겠다고 한 것 가지고 무안도 당했다.
하지만... 그날 밤 세 번씩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한 나는... 이제 돌이킬 수 없어.
"고기 잡으러 갈거야."
"같이 가요!"
혼자 가고 싶은데... 너희는 예수를 버리지 않았잖아. 하지만 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정말 안 잡히네."
"어때요? 고기 잘 잡혀요?"
갑자기 바닷가에서 들리는 목소리. 누구지?
자세히 쳐다보니 누군가의 실루엣이 흐릿하게 보이지만 누군지는 모르겠다.
"오늘 영 안 좋네요!"
"그물을 오른쪽으로 던져 봐요! 좀 잡힐 거에요!"
응?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와, 와와와와와!!!"
"그물이 안 당겨져!"
"예수다!"
아... 처음 만났을 때도 이런 식이었지. 하지만 그때랑 지금은 달라. 난 이미...
그런데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어째서 바다로 뛰어들고 있는 거지? 어째서 예수 앞으로 헤엄쳐 가는 거지? 다행히 웃통은 입고 있지만...
아!
예수 앞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숯불이었다.
~~~ "난 아니요."
"아니라니까."
"아니 정말 아니라니까 왜 그래!"
"꼬끼오~~~~~~" ~~~
다시 눈물이 흘렀다. 예수는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요한의 아들 시몬. 당신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나요?"
아... 당신은...
하지만 내 입은 또 멋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걸 당신도 알잖아요?"
"그럼 내 어린 양을 먹이세요."
! 다시 한 번 시작할 수 있나요? 다시 한 번 시작할 수 있는 거에요? 그럴 수 있어요?
"요한의 아들 시몬.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응? 어째서? 하지만, 내 마음은 당신이 더 잘 알잖아요.
"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걸 당신도 알잖아요?"
"그럼 내 양을 돌보세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요한의 아들 시몬. 당신은 나를 좋아해요?"
... 어째서... 어째서 세 번씩이나 묻는 거야?! 내 마음 같은 거 당신이 더 잘 알잖아?!
"당신은 모든 것을 아시지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도 알잖아요..."
"내 양을 먹이세요."
이제는 두려워진다. 아니 정말 내 마음 속에서는 지난번처럼 예수를 버리려는 마음이 있을지도 몰라.
"당신은 젊어서는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내키는 곳은 어디든 돌아다녔지요."
...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거지?
"하지만, 이제는 팔을 벌려요. 당신은 타인에게 묶여서 원하지 않는 곳으로 끌려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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